혁신의 역설
1932년 덴마크에서 시작된 레고는 90년대까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1993년 레고 블록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저가 복제품이 난립했고, 비디오 게임과 디지털 엔터테인먼트가 아이들의 관심을 빼앗아갔다. 위기를 느낀 레고는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이 반격은 재앙이 되었다. 레고의 반격 전략은 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아동복, 시계, 출판, 미디어, 영화, 게임 산업까지 진출하는 사업 다각화였다. 다각화 전략에 따라 신제품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996년 160종이던 신제품이 1998년에는 347종으로 급증했다. 제품 부품 수는 13,000개를 넘어섰다.
결과는 참담했다. 문어발식 확장으로 비용은 급증했고, 신제품 난립은 제조, 물류, 재고 비용을 폭증시켰다. 2003년 레고는 하루에 100만 달러씩 손실을 보며 8억 달러의 부채를 떠안았다. 매출은 전년 대비 30% 급락했고, 영업이익률은 1990년대 후반 18-19%에서 2.4%로 추락했다. 파산은 시간문제였다.
체계적 파기의 적용: 과감한 선택과 집중
2004년, 36세의 젊은 컨설턴트 출신 요르겐 비 크누스토르프가 CEO로 취임했다. 그는 레고 역사상 가족 외 출신 첫 CEO였다. 그가 던진 질문은 단순했지만 강렬했다.
"만약 문제가 레고 자체라면?"
크누스토르프는 즉시 핵심이 아닌 모든 것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먼저 레고랜드 테마파크 지분 70%를 블랙스톤에 4억 6천만 달러에 매각했다. 수익성 없는 의류, 시계, 출판 사업을 모두 정리했다. 그는 "레고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갔다. 답은 명확했다. 체계적이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브릭 제품이었다.
다음은 제품 자체였다. 2004년 말, 크누스토르프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다. 제품 부품 수를 12,900개에서 6,500개로 절반 이하로 축소하라는 명령이었다. SKU는 13,000개에서 7,000개로 감축했다. 디자이너들은 반발했다. "부품을 줄이는 것은 화가에게서 물감을 빼앗는 것과 같다"는 항변이 이어졌다.
2005년 9월, 제품 단순화에 대한 저항이 계속되자 크누스토르프는 극단적 조치를 취했다. 7명의 고위 제조 임원 중 5명을 즉시 해고했다. 메시지는 분명했다. 단순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필수 조건이었다. 동시에 전체 인력의 3분의 1을 구조조정하고, 인건비가 높은 공장을 저비용 지역으로 이전했다.
제품 전략도 재정비했다. 무분별한 신제품 개발을 중단하고 검증된 테마에 집중했다. 레고 시티, 테크닉, 그리고 스타워즈 같은 핵심 라인에 자원을 집중했다. 스타워즈 라인만으로 매출이 35% 증가했다. 이후 해리포터, 마블, 디즈니 같은 글로벌 프랜차이즈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결과와 성과: 세계 1위 완구 기업으로
체계적 파기의 결과는 극적이었다. 2005년부터 레고는 흑자로 전환했고,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2014년 매출은 20억 달러를 넘어섰다. 10년 만에 900% 성장이었다.
2014년, 레고는 마텔을 제치고 세계 최대 완구 기업이 되었다. 제품 부품 수를 절반으로 줄였지만, 창의성은 오히려 증가했다. 제약이 창의성을 촉진한다는 역설이 증명된 것이다. 제조 비용은 대폭 감소했고, 재고 관리는 효율적으로 변했다. 물류 복잡성이 줄어들면서 마진이 개선되었다.
크누스토르프는 성인 레고 팬들과의 협업을 강화했고, 고객 피드백을 제품 개발에 직접 반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추천 지수(NPS, Net Promoter Score)를 도입해 고객 가치 창출을 지속적으로 측정했다. 레고는 단순히 회복한 것이 아니라 업계 표준을 재정의했다.
소기업을 위한 교훈: 덜어내는 용기
레고의 사례는 소기업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성장이 항상 확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축소가 더 강력한 성장 전략이다.
첫째, 핵심 질문으로 돌아가라.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레고는 이 질문에 답하면서 브릭에 집중했다. 소기업도 자신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하고, 그것에서 벗어난 모든 것을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 아동복과 시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 문제 해결 도구를 만드는 것이 레고의 본질이었다.
둘째, 복잡성은 적이다. 레고가 13,000개의 부품으로 혼란에 빠졌듯, 많은 소기업이 너무 많은 제품, 서비스, 프로세스로 고통받는다. 제품 라인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고려하라. 고객의 80%가 선호하는 20%의 제품에 집중하라. 단순함이 수익성을 만든다.
셋째, 저항을 극복할 리더십이 필요하다. 크누스토르프가 고위 임원 5명을 해고한 것은 단순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였다. 변화는 불편하다. 직원들은 익숙한 방식을 고수하려 한다. 하지만 생존이 걸린 문제라면 단호해야 한다.
넷째, 고객과 대화하라. 레고는 성인 팬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제품 개발에 참여시켰다. 소기업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고객과 더 밀접하게 소통할 수 있다. 이 강점을 활용해 진짜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구분하라.
체계적 파기는 단순히 비용 절감이 아니다. 본질로 돌아가는 전략적 선택이다. 레고는 덜어냄으로써 더 강해졌다. 당신의 비즈니스에서도 제거해야 할 50%를 찾아라. 그것이 진짜 성장의 시작이다.
출처
- The Strategy Institute - From Bankruptcy to Billions: Lego's Blueprint for Business Transformation
- Boston Consulting Group - Growth and Culture: Jorgen Vig Knudstorp Interview
- Art of the Brand - The Near-Bankruptcy to $9B: How LEGO Saved Itself by Doing Less
- Medium (Growth Grid) - From Near-Bankruptcy to Market Leader: The Turnaround Story of LEGO
- 한국경제 - 망할 뻔한 장난감 회사 레고를 살린 34세 컨설턴트
- Knowledge at Wharton - Innovation Almost Bankrupted LEGO: Until It Rebuilt with a Better Blueprint
